
"그냥 예쁘게 해주시면 돼요"에 대처하는 법 | 광고소재·상세페이지 작업자를 위한 실전 가이드
브랜드 가이드라인, 왜 없을까요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클라이언트에게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저희 그런 거 없어요."
"로고 파일은 있는데… ai 파일은 없고 jpg밖에 없어요."
"예전에 만든 거 있긴 한데 지금은 좀 달라져서요."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은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 여력 자체가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소기업은 조금 다릅니다. 창업 초기에 꽤 공들여 만들어둔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담당자가 바뀌고 채널이 늘어나면서 아무도 안 지키게 된 경우입니다.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상태.
어느 쪽이든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맨땅에서 시작하는 느낌이 납니다.
문제는 작업 도중에 방향이 흔들린다는 겁니다. 공들여 광고 소재를 만들어 보여줬을 때 "왠지 우리 느낌이 아닌 것 같아요", 상세페이지를 납품했더니 "다른 배너랑 느낌이 너무 달라요"라는 피드백이 돌아오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클라이언트 자신도 자기 브랜드의 '느낌'을 언어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디자인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없으니 감으로 판단하고, 감은 매번 달라집니다. 결국 수정은 끝없이 이어지고, 디자이너는 지쳐갑니다.
1️⃣ 파일부터 수거하세요 —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먼저 파악
작업 시작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클라이언트가 가진 브랜드 자산을 전부 꺼내놓는 것입니다. 없는 걸 확인하는 것만큼 있는 게 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흩어져 있거나 잊혀진 파일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래 체크리스트를 프로젝트 시작 전 클라이언트에게 공유하세요. 메일이나 메시지로 보낼 때 "작업 품질을 위해 필요한 자료들입니다" 라는 한 줄을 함께 쓰면 협조를 받기 훨씬 수월합니다. 이유를 모르면 귀찮게 여기거나 우선순위를 낮추는 경우가 많거든요.
웹 작업 전 기본 파일 수거 체크리스트
로고 원본 — ai, svg, 투명 배경 png 여부 확인
브랜드 컬러 — 색상 코드 존재 여부 확인
브랜드 폰트 — 폰트명·웹폰트 여부 확인
기존 광고소재 — 집행 중이거나 집행했던 배너, 소재 파일
상세페이지 — 기존 URL 또는 파일
SNS 채널 — 운영 중인 채널 전체 링크
2️⃣ 없으면 만드세요 — 웹 작업을 위한 미니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이 아예 없는 클라이언트라면,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최소한의 기준을 함께 만들어두는 것이 디자이너에게도 유리합니다. 거창한 브랜드 북이 아니어도 됩니다. 웹 작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4가지만 정리해도 충분합니다.
왜 디자이너에게 유리하냐고요? 기준이 생기면 이후 수정 요청이 들어왔을 때 "저희가 처음에 정한 방향과 다른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깁니다. 기준이 없으면 클라이언트의 그날 기분이 기준이 됩니다.
① 컬러 시스템
메인, 서브, 배경, 텍스트 컬러를 색상 코드로 고정합니다. 광고 소재와 상세페이지가 같은 브랜드처럼 보이려면 컬러 일관성이 핵심입니다. 메인 컬러 1가지만 있어도 서브 컬러는 명도·채도를 조절해서 파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 "이 컬러가 왜 이 브랜드에 어울리는지"를 한 줄이라도 기록해두면, 나중에 "색이 좀 달랐으면 해요"라는 요청이 왔을 때 대화의 기반이 됩니다.

② 웹폰트
한글 1종, 영문 1종으로 고정하되 웹 사용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오프라인과 달리 웹에서는 폰트 라이선스가 더 까다롭습니다. 구매한 폰트라도 웹 임베딩은 별도 라이선스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지로 납품하는 광고 소재나 상세페이지는 상관없지만, 홈페이지나 랜딩페이지 작업이 함께 이어질 경우 반드시 짚고 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Pretendard, 스포카한산스, Noto Sans KR처럼 웹 사용이 자유로운 폰트를 기준으로 제안하면 이후 활용 범위가 넓어집니다.

③ 톤앤매너
형용사 3개와 레퍼런스 이미지로 정의합니다. "고급스럽게 해주세요"는 디자이너마다 다르게 해석됩니다. "애플처럼 여백이 많고 절제된 느낌"처럼 레퍼런스 이미지와 함께 잡아야 합니다. 특히 광고 소재는 집행 플랫폼에 따라 요구되는 톤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피드용과 네이버 배너용의 느낌 차이도 미리 합의해두면 좋습니다.

④ 금기 사항
💡 원하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것이 더 빨리, 더 명확하게 합의됩니다.
"이런 느낌은 절대 안 됩니다"를 레퍼런스로 받아두세요. 경쟁 브랜드의 이미지, 혹은 "이런 광고 너무 싫어요"라고 클라이언트가 반응하는 소재를 캡처해두면 비슷한 방향으로 시안을 가져갔을 때 "이건 우리 느낌이 아니에요"라는 피드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3️⃣ 오래된 가이드라인, 왜 더 까다로울까요
아예 없는 경우는 오히려 단순합니다. 처음부터 같이 만들면 됩니다.
문제는 가이드라인이 있긴 한데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입니다. 5년 전에 만든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 사이 담당자는 바뀌었고, 채널은 늘었고, 실제로는 아무도 안 지켜왔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램대로, 상세페이지는 상세페이지대로, 광고 소재는 또 다른 방향으로. 채널마다 다른 브랜드처럼 보이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이너가 범하기 쉬운 실수가 있습니다.
낡은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르면 현재 채널 방향과 맞지 않는 결과물이 나옵니다. 클라이언트도 "뭔가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반대로 아예 무시하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우리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왜 안 지키냐"는 반발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문제가 생깁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현재 상태를 먼저 진단하는 것입니다.
가이드라인 있을 때 vs 없을 때, 실제로 어떻게 다를까요?
ㅤ | 기준 없이 작업할 때 | 기준을 잡고 나서 |
피드백 | 매번 달라지고 예측 불가 | 합의된 방향 기반으로 구체적 |
수정 횟수 | 끝이 없음 | 명확한 근거로 줄어듦 |
주도권 | 클라이언트 기분이 기준 | 디자이너가 방향을 제시 |
결과물 | 채널마다 다른 브랜드처럼 보임 | 어디서 봐도 같은 브랜드처럼 보임 |
현재 운영 중인 채널을 먼저 모아서 보세요.
인스타그램 피드, 스마트스토어 상세페이지, 네이버 쇼핑 배너, 홈페이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브랜드가 얼마나 산만하게 나가고 있는지 눈에 바로 들어옵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을 클라이언트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브랜드가 채널마다 얼마나 달라 보이는지를 직접 확인하게 되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기준을 잡는 것이 왜 필요한지 설득이 훨씬 쉬워집니다.
기존 가이드라인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현재 방향과 맞지 않아서 업데이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제안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입니다. 단, 변경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 트렌드랑 달라서요"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현재 주요 판매 채널이 인스타그램과 스마트스토어인 만큼 모바일 환경에서 잘 보이는 방향으로 컬러와 레이아웃을 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처럼 채널과 타겟 맥락 안에서 이유를 짚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결과물을 새 기준점으로 삼자고 제안하세요.
"이번에 작업한 소재들을 기준으로 앞으로 나가는 광고 소재와 상세페이지도 이 방향으로 맞춰가시면 어떨까요?" 이 제안은 클라이언트에게도, 디자이너에게도 이득입니다. 클라이언트는 채널 간 브랜드 일관성을 확보하고, 디자이너는 이후 추가 작업에서 흔들리지 않을 기준이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4️⃣ 결국 디자이너가 먼저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이 없는 클라이언트일수록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쪽이 신뢰를 얻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가 아니라 "이 방향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의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겁니다. 클라이언트가 결정을 미루거나 애매한 답을 주는 이유는 대부분 몰라서입니다. 브랜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 맞는 방향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 자리를 디자이너가 채워주는 것, 그게 단순한 시안 제작자와 브랜드 파트너의 차이입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광고 소재와 상세페이지를 여러 채널에 걸쳐 일관되게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순한 디자인 작업이 아닌 브랜드 전략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채널별 브랜드 일관성 확보부터 디자인 시스템 구축까지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마인드리퍼블릭에서 함께 방향을 잡아드릴 수 있습니다.
🎯 핵심 정리
상황 | 우선 해야 할 것 |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다 | 기존 자산 수거 → 웹 작업용 미니 가이드라인 4가지 함께 정리 |
낡은 가이드라인이 있다 | 현재 운영 채널 나란히 보기 → 클라이언트와 함께 문제 인식 → 이번 프로젝트를 새 기준점으로 |
피드백이 매번 달라진다 | 합의된 톤앤매너와 금기 사항으로 대화의 기준 만들기 |
채널마다 브랜드가 달라 보인다 | 컬러·폰트·레이아웃 기준 통일, 채널별 적용 방식 가이드 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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